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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이런 사람’은 더 위험해”…선별 검사 받아야 할 고위험군은? 서울대병원 조인래 교수 [인터뷰]

[하이닥이 만난 올해의 의사]에서는 한국 의과학 연구 분야의 진흥과 발전에 기여한 의사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췌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발생률은 낮지만, 사망률은 높다. 췌장이 각종 소화기관에 둘러싸여 있어 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고, 이상 증세를 느껴 병원을 찾으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아 치료 시 예후가 좋지 않다. 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조인래 교수는 지난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23 소화기질환 주간(digestive disease week 2023, ddw 2023)’ 학회에 참석해 포스터 발표와 함께 췌장암에 관한 다양한 최신지견을 살피고 돌아왔다. 조인래 교수는 “특히 췌장암의 선별 검사를 위한 다학제적 접근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와 함께 췌장암의 예후와 선별 검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본다.조인래 교수 | 출처: 서울대학교병원

q. 췌장암의 최근 발생 추이가 궁금합니다. 대장암을 제칠 것이라는 예상도 있던데요.췌장암은 대표적으로 예후가 불량한 암종인데요. 최근 예후가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으나, 5년 생존율이 여전히 10% 내외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는 조기진단이 어렵고 발생 초기부터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일어나며, 종양 주변 미세 환경으로 인해 치료에 저항성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췌장암의 발생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3년 미국에서는 약 6만 4,000명의 환자가 췌장암으로 새롭게 진단받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발생률뿐만 아니라 사망률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당초에는 2030년 경 미국에서 2번째로 흔한 암 연관 사망의 원인이 될 것으로 봤는데, 최근 연구에서는 현재와 같은 속도로 인구의 고령화와 췌장암 발생률 상승이 지속된다면 2020년대 중반에 대장암을 제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q. 췌장암 환자들은 대부분 몇 기에 진단받나요?통상적으로 전체 췌장암 환자의 약 15~20% 정도는 절제가능한 병기에서 진단받고, 약 60%의 환자는 진단 당시 이미 원격전이를 동반한 상태에서 암이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진료실에서도 이와 유사합니다. 많은 환자 분들이 원격전이를 동반한 상태로 내원하고, 원격전이가 없어도 췌장 주변의 대동맥이나 간문맥을 감싸고 있어 수술이 불가능한 국소진행성 병기에서 진단되는 분들도 많습니다. 즉, 많은 환자가 3~4기에서 진단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원격전이가 동반된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44.3%로 보고되었습니다. 수술을 받더라도 병기별로 생존 기간에 차이가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수술적 절제를 받은 환자들의 예후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1기 췌장암의 경우 중간생존기간이 40개월 이상으로 확인되어 췌장암이라고 하더라도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 후 비교적 양호한 치료성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q. 이런 이유로 췌장암 선별 검사와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선별 검사가 쉽지만은 않다고요.선별 검사(screening test)는 특정 질병이 있는 사람을 건강한 사람과 구별하기 위해 시행하는데요.대개 민감도가 높고 비교적 간단하게 시행할 수 있는 검사를 하는데, 갖추어야 할 조건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발견하고자 하는 질병 자체가 흔해야 하고, 조기 발견에 따른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있어야 하며, 치료에 의해 생명과 주요 기능에 지장이 없는 조기에 진단이 가능할 수 있는 검사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검사 방법이 정확해 민감도나 특이도, 예측도 등이 모두 높아야 하며, 비용이 저렴하고 안전해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방법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췌장암의 경우, 발생빈도가 비교적 낮아 양성예측도가 낮고 선별 검사에서 거짓 양성으로 판정되는 ‘위양성’을 보이는 환자가 많은 편입니다. 아울러, 적절한 영상 검사 도구가 없다는 것도 췌장암의 선별 검사를 어렵게 하는 요인입니다. 췌장은 복부 뒤쪽에 있어 복부 초음파로 정확한 관찰이 어려운데요. 이 때문에 췌장을 정확하게 관찰하기 위해서는 ct나 mri, eus와 같은 검사법을 활용해야 하는데, 이러한 방법들은 방사선 노출이나 조영제 사용에 따른 잠재적인 위험성과 비용 및 접근성 문제가 있고, 이러한 잠재적인 위험성이 선별 검사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상회한다는 근거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현재 건강검진센터 등에서는 비침습적인 혈청 바이오마커인 ca19-9나, 저해상도 (비조영) mri 등을 활용해 췌장암의 선별검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췌장암 예후 개선에 유의미한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립암센터에서 권고하는 선별검사 항목에 췌장암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q. 췌장암 조기 진단법으로 ‘라디오믹스(radiomics)’ 방식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고 하던데요.간략하게 설명하면, ct나 mri를 통해 얻은 환자의 영상 자료, 즉 종양의 부피, 모양, 표면에서의 밀도와 강도, 질감, 종양 위치, 주변 조직과의 관계 등 암 전구병변의 특징들을 추출해 분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료들을 머신러닝모델과 접목하면 사람이 인식하는 것보다 빠르게 췌장암의 전구병변이나 췌장암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으로 조기진단이 수월해지면 환자의 예후 개선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췌장암 선별 검사가 특히 필요한 경우가 있을까요? 고위험군을 짚어 주신다면요.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에서는 선별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잠재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상회한다는 근거가 없음을 이유로 무증상의 성인에게는 췌장암에 대한 선별 검사를 시행하지 않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이드라인에서 생애 췌장암 발생 위험도가 5% 이상인 고위험군에게는 선별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요. △선천적 유전적 증후군이 있거나 △직계가족 중 2명 이상의 췌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 △췌장의 점액성 낭성 종양이 있는 경우입니다. 이 외에도 갑자기 당뇨병이 생겼거나 당뇨 환자 중 갑자기 혈당조절이 불량해지는 경우에도 췌장암의 선별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아울러, 비특이적인 복통과 체중감소가 함께 있는 경우, 갑자기 황달이 발생한 경우에는 췌장암이 원인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검사를 받아봐야 합니다.췌장암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q. 얼마 전 ddw에 참석해 췌장암 관련 최신지견을 살펴보고 오신 것으로 압니다.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genetic counseling, 즉 유전상담에 관한 내용이 흥미로웠는데요. 질환의 유전적 요인이 환자와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가족 중 췌장암을 앓은 경험이 있다면 걱정이 돼서 질문을 많이 하는데요. 앞으로 유전상담이 좀 더 활성화되면 부모나 본인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확인된 유전자 변이가 췌장암을 유발하는 고위험군이라 판단되면 정기적인 검사 및 적극적인 감시를 통해 췌장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췌장암 예방을 위한 당부의 말씀과 평소에 지켜야 할 생활 습관을 안내해 주시죠.국가암정보센터에서 발간한 ‘국민 암예방수칙 실천지침 췌장암 편’에 따르면, 췌장암의 위험 요인으로 흡연, 비만, 당뇨병, 만성췌장염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육류 위주의 불균형적인 식생활과 음주, 발암성 물질에 노출되는 경우에도 췌장암의 발생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따라서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금연해야 하고요. 채소와 과일을 포함한 균형 있는 식사를 하고 비만을 방지하기 위해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울러, 급만성췌장염이 있는 경우에는 금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당뇨병이 있다면 당뇨 치료를 적절히 받고 식이요법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비록 췌장암은 조기진단이 어렵고 예후도 불량하지만, 생활 습관을 교정해 위험인자를 제거하고 가족이 중 췌장암이 있거나 유전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의사와 상담하여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다면, 예방과 조기진단을 통해 췌장암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