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슈퍼 박테리아를 인류 보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한 가운데, 인류와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와 고양이가 슈퍼 박테리아를 전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 내용에 따르면, 반대로 사람도 개와 고양이에게 슈퍼 박테리아를 감염시킬 수 있다. 독일 샤리테 대학병원(charite university hospital) 캐롤린 헤크먼(carolin hackmann)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올해 4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2023 유럽 임상 미생물학 및 감염병 학회(eccmid)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슈퍼 박테리아는 과도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일반적인 병원균이 내성이 강해져 항생제가 통하지 않는 균을 지칭한다. 감염병 치료를 어렵게 만들어, 간단한 상처만으로도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who의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100만 명 이상이 슈퍼 박테리아로 인해 사망하며 2019년만 해도 약 130만 명이 이로 인해 사망했다. 연구는 지난 2019년 6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샤리테 병원에 입원한 환자 2,891명과 그들의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먼저, 입원 환자에게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슈퍼 박테리아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을 비롯해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vre) 등 4가지 대표적인 슈퍼 박테리아 검출 여부를 검사했다. 그 결과, 전체 연구 참가자 중 30%가 슈퍼 박테리아 양성 반응을 보였다. 양성 반응을 보인 참가자 중 반려동물을 키우는 비율은 반려견 11%, 반려묘 9%였다. 이후, 반려동물을 키우는 참가자들에게 반려동물의 소변과 대변 샘플을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300여 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샘플을 보냈다. 샘플 검사 결과, 반려견의 15%, 반려묘의 5%에서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슈퍼 박테리아가 발견됐다. 두 개의 검사를 기반으로 다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사례 중 4건에서 반려동물과 반려인에게서 검출된 슈퍼 박테리아균의 유전자가 일치했다. 헤크먼 교수는 "반려인과 반려동물 간 슈퍼 박테리아균 공유 수준은 극히 낮으며 전염 경로도 불명확하지만, 확실한 것은 반려동물이 슈퍼 박테리아 저장고가 될 수 있으며 환자와 어린이, 노년층 등 감염에 취약한 사람에게 슈퍼 박테리아를 전염시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슈퍼 박테리아를 전염 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5년 영국 공공보건국(phe)은 '반려견이 대장균과 각종 슈퍼 박테리아를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다'라면서, 반려인들에게 반려동물에 대한 항생제 사용 자제를 촉구했다. 또한, 작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2022 eccmid에서는 영국 왕립 수의과 대학(royal veterinary college)과 포르투갈 리스본 대학교(university of lisbon) 공동 연구진이 "반려동물이 주인의 뺨을 핥는 친밀한 행동이나 반려동물과 음식 접시를 공유하는 행동이 슈퍼 박테리아를 확산시킬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공동연구진은 신체가 건강한 연구 참가자 114명과 참가자의 반려동물(반려견 85마리, 고양이 18마리)의 대변 샘플을 한 달에 한 번씩 총 4개월간 채취해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반려인 15명과 반려동물 15명에게서 같은 세균이 발견되었으며, 세균에 감염된 반려동물 절반과 반려인 3분의 1에게서 똑같은 슈퍼 박테리아가 검출됐다. 연구진은 "슈퍼 박테리아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반려동물과 접시를 공유하는 행동을 지양해야 하며, 반려동물을 쓰담거나 반려동물의 용변을 치운 뒤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