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3억 명의 사람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의하면 국내에서는 매년 100만 명 이상의 사람이 우울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우울증은 무기력증을 동반하고 환자가 자살할 위험을 높이는 등 그 자체로도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그런데 근래 발표된 각종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이 다른 중증질환 발병 위험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듯하다.
우울증, 암 포함 15가지 중증질환 발병률 높여2022년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을 통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불안장애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과 같은 중증질환에 걸릴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는 미국 성인 4만 360명의 건강 데이터가 활용됐다. 연구진은 먼저 연구 대상자를 연령별로 20대, 40대, 60대로 나눴다. 이후 다시 우울증이 있는 그룹, 불안장애가 있는 그룹, 불안장애와 우울증이 모두 있는 그룹, 불안장애와 우울증이 모두 없는 그룹 등 4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다.각 그룹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울증과 암 발병률 사이에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모든 연령층에서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이 둘 다 없는 사람에 비해 암 발병률이 훨씬 높았는데, 특히 20대 여성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있는 20대 여성은 두 질환 모두 없는 20대 여성에 비해 암에 걸릴 위험이 61% 이상 높았다. 한편 남성의 경우 20대에서만 유의미한 연관성이 관찰됐다.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이 대조군보다 약 72%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았다. 이 밖에도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혈압,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총 15가지 질환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어떻게 암 등 질환의 발병률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라고 말하며, "다만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지속되면서 체내 염증 수치가 높아져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암과 관계없다는 주장도 있어반면, 우울증이 암 발병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연구도 존재한다. 지난 7일 미국암학회(acs)의 학술지 '암(cancer)'에 게재된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교(university of groningen)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는 암 발병의 자체적인 원인은 아니다. 연구진이 유럽과 캐나다에 거주하는 40대 이상 중년 31만 9,000여 명의 건강 데이터를 8~26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다. 취합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우울증 및 불안장애와 유방암, 대장암 등 각종 암종들 간 유의미한 연관성을 찾지 못했고, 우울증이 대부분의 암종 발병과 크게 관련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폐암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은 폐암에 걸릴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6%가량 높았다. 연구진은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은 흡연할 위험이 크고 생활습관이 건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고 설명하며 암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